[외교안보연구] 2023년 러북 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지역 정세 전망

1. 2023년 러북 정상회담의 특징

9월 13일 러시아 극동지역 아무르주 보스토치니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4년 5개월 만에 러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러북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평가하였고, 러시아는 ‘시의적절했고 유익’했다고 평가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 북한을 방문한 쇼이구(Sergei Shoigu) 국방부 장관이 러북 간 안보협력 재개와 관련한 사전 정지작업을 한 후 이루어진 정상 간의 본 회담인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러북 군사협력 방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다대했기 때문이었다.

2. 러시아의 이번 정상회담 목적 및 공식입장 해석

전술한 바와 같이 회담 개최 전후로 러시아가 보여준 행보나, 푸틴의 북한 인공위성 기술 지원 의사 표명이나, 크레믈린 대변인의 ‘민감한 이슈들도 논의될 것’이라는 일종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들에 비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러시아 측의 공식 입장들은 다분히 수위를 낮춘 것들이었다.
이와 같이 러시아가 러시아판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줌에 따라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추진한 목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쟁점들이 존재한다.

1. 러시아에게 북한의 포탄 확보가 주목적이었는가?

미국 측의 공식논평이나 다수의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번 회담 추진의 일차적 목적으로 북한산 포탄 확보를 지목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된 해석도 적지 않다.
우선 다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산업동원령도 동시에 발동한 후 기존 시설의 3교대 총력 생산체제 구축과 신규 군수물자 생산시설 확대에 1년 이상 투자해 온 결과 ‘무기 기근 고비’는 넘어섰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이 반란 전 포탄 공급 부족 문제를 공개 성토했던 지난 5월과 비교해도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6월 초부터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시작하고 러시아는 기존 점령한 영토에 대한 방어 모드로 들어가면서 러시아의 포탄 소모가 공세를 전개하던 시기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3. 북한의 시각에서 본 러북 정상회담의 함의

북한의 이번 러북 정상회담의 목적도 러시아와의 안보 및 경제협력을 포함한 전면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 목적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북한의 외교안보 측면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다음과 같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이번 정상회담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초 정상회담이라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했다는 점에서 현 시기 북한 외교의 우선 순위가 러시아라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은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한 원인을 러북관계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으며, 한국전쟁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언급하면서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고 강조하였다. 

4. 향후 러북관계 전망과 지역 정세에 대한 함의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에 대한 어떠한 합의가 있었는지 불분명하나 가장 쉬운 단계의 합의, 즉 포탄 대(Vs.) 식량 또는 에너지+α 거래는 어느 정도 합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연수생으로의 신분 위장 방식을 통해 북한 노동자들의 대러시아 파견 방안도 협의되었을 수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현 신냉전 국면의 장기화를 염두에 둔 양국은 향후 많은 실무 접촉을 통해 거래 조건과 가격표를 조율하며 군사 분야의 다양한 비공식적 협력을 확대해 갈 개연성 또한 적지 않아 보인다. 
이에 이번 러북 정상회담이 동북아 안보 질서와 우크라이나 전쟁 모두에 미칠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전망해 볼 수 있다.
첫째, 러시아는 북한과의 실질 협력 관계 복원과 심화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소련 해체 이후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중국이 부상한 이후에는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이 앞장서고 러시아가 이를 뒤에서 지원하는 중러 간의 협력 모드가 고착되면서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축소는 심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서방사회로부터 고립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려 들고, 북한이 이에 적극 호응한다면 러시아의 동북아 내 영향력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미국과 우리에게 새로운 대응 전략을 요구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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