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세계적인 대세가 아니라 정체 경향에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점점 격화되고 있는 미·중 대결은 경제력, 군사력뿐 아니라 가치, 정치 체제의 대결의 양상을 점점 더 강하게 띠어가고 있다. 동남아의 정치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와 질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세안의 어떤 국가도 자국의 정치 체제를 민주적으로 바꾸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에서 보듯이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역행적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이 아직도 개도국으로서 민주화를 향한 충분한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이고, 정치의 일차적 역할은 사회의 안정과 국민의 의식주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동남아 정치문화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적 민주주의 확산의 선도국인 미국이 미·중 경쟁의 핵심 지역인 동남아에서의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동남아 국가들의 인권과 자유, 정치 체제에 관해 예전과 같이 강한 압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남아 정치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근본적 변화의 움직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남아 정치도 세계적인 정치 체제 변화의 흐름과 유사한 궤도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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