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은 신남방국가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주요국가들이 협력을 희망하는 등 한국의 주요 외교정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따라서 신남방정책이 차기정부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신남방정책이 출범한 2017년과 작금의 정책 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심화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strategic competition)은 신남방정책에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오늘날 인도태평양(Indo-Pacific)이라는 지역개념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고 미국 등 주요국가 대부분이 인도태평양 전략/구상을 천명하고 있는데 반해, 신남방정책은 아세안과 인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역전략으로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남방의 지리적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고, 지역의 주요국가로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한국의 독자적인 전략/구상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남방정책과 미국, 호주 등 주요국들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계ㆍ협력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은 신남방정책의 정체성(identity) 문제이다. 신남방정책은 강대국외교에서 탈피하여 외교 및 경제 다변화를 통해 우리의 외교지평을 넓히고 전략적 자율의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 따라서 신남방정책의 나아갈 방향은 중견국외교로서의 비전과 목표를 견지하는 가운데, 인도태평양이란 국제 정치의 새로운 지역개념을 받아들이면서 포용적 국제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하는 것이 다. 이를 위해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국가들과 다층적인 전략대화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아세안을 비롯, 전략적 이해를 같이하는 유사입장(like-minded) 국가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