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아메리카 대륙 이외의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먼로주의(Monroe Doctrine)에서 탈피하여 대외문제에 본격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전략 차원에서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패권 국가 출현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유럽의 소련이,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아시아의 중국이 미국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세계전략의 무게중심을 두기 시작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과 동학(動學)은 미국 주도 역내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의 부상, 이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 그리고 주변 국가들과의 합종연횡이 핵심이다. 즉,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가장 중대한 의제는 미국의 역내 패권 수호와 여기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서,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현상 유지 국가들(status-quo states)’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현상 타파 국가들(revisionist states)’ 간의 대립이 이 지역 안보 동학의 기본 골격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근 안보 환경은 기존의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에 더하여 또 다른 변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북한의 대남 정책 전면 전환 선언과 핵을 포함한 군사력 지속 강화 그리고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이다. 즉,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과 그 의도 그리고 미국 행정부 교체 여부에 따른 미국 대외정책의 대대적인 변화 가능성 등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패권 경쟁 양상과 안보 환경의 변화 추이를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국가 목표를 명확히 정립한 바탕 위에서, 국가 이익의 위계 설정 및 교환 전략을 수립하고, 대외전략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고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 지속’, ‘미중 격돌’, ‘미중 협력 복원’ 등 미래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 전략을 수립해 두어야 한다.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북한의 대남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자체 방위능력의 강화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현실화를 위한 대안 발전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만이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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