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협정 이후 UAE-이스라엘 전략적 협력의 심화

2020년 9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체결해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고 이어 수단, 모로코도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에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성지의 수호국이라는 위상을 감안해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다. 아브라함 협정 이후 특히 UAE와 이스라엘은 이란의 팽창주의 추구와 미국의 ‘중동 떠나기’ 정책에 대비해 정보기관 협력, 합동 군사훈련 등을 통해 전략적 연대를 강화했다. 이란 강경파가 핵개발 재개 의도를 드러내는 시점에 바이든(Joe Biden) 정부가 이란 핵합의 복원을 서두르자 두 나라는 중동판 나토 구축을 강조했다. 이제껏 아랍 국가의 반대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유럽사령부 담당 지역에 속해 있었으나 최근 UAE의 주도로 이스라엘의 중부사령부 편입 논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가 중동에서는 이스라엘만이 보유한 F-35의 UAE 판매를 주저하자 이스라엘이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나아가 UAE의 첨단산업 및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이스라엘의 기술 경쟁력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협력 메커니즘으로 평가된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이란, 터키는 아브라함 협정을 거세게 비난했으나 정작 아랍 세계 내 반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아브라합 협정으로 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로 구성된 친미 수니파 아랍 쿼텟(Arab Quartet) 내 이집트의 소외감이 커지면서 균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2021년 5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에서 이집트가 독보적 중재력을 보이며 존재감을 확인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감사 인사를 받기도 함으로써 불화는 일단락됐다. 또한 수니파 걸프국과 이스라엘의 안보 협력이 이란 강경파를 자극해 역내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UAE와 사우디 내 실용주의 추구 여론이 확산되고 개혁정책이 활발이 진행되는 시점에 이들 국가가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기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아브라함 협정의 추가 가입 후보국으로 거론된 나라들은 미국의 ‘중동 떠나기’ 내용, UAE-이스라엘의 밀착 정도, 사우디-이란의 관계 회복 속도 등을 더 지켜본 후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다. 비록 여타 아랍 국가들이 협정의 대열에 빠르게 합류하지 않더라도 아랍과 이스라엘의 데탕트 시대를 연 아브라함 협정은 역내 안정과 협력 심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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