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은 일반적으로 민족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전통 종교와 언어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강한 민족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이들이 민족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전통 생활문화를 지켜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장례문화이다. 고려인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결혼 풍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전통들이 변모될 수 있지만, 장례문화만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야만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이처럼 고려인들의 장례문화는 전통을 고수하는, 즉 ‘문화동결 현상’이 두드러진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고려인의 장례문화를 살펴보았을 때, 사적 공간에서 전통의 고수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과는 달리, 사회적 공간에서는 주류문화에 어느 정도 동화된 혼종성을 보이고 있다. 이때 주류문화는 지배 민족이었던 러시아인의 문화이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지역의 고려인들의 장례문화는 ‘전통의 고수’와 ‘동화’ 사이에서 ‘혼종성’을 드러내며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의 핵심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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